합격 이후 너무 나태해지는 것 같아서 작은 계기로 삼아보려고 이 글을 쓴다.
하루하루 날짜에 맞춰서 작성해보며 나름의 연말결산을 해보려 한다.

*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?
   ☞ 축하한다. 고생했다.
        새해에는 그동안 취준생이랍시고 소홀했던 좋은 사람들에게 안부와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.

* 올해 새롭게 시작한 취미는?
    레고 테크닉. 규모가 클수록 집중해서 완성시키는 묘미가 있고, 단순 반복 작업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.

* 올해 가장 많이 쓴 앱은?
   열품타. 열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. 언젠가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다면 또 측정하며 해야지 싶다.

* 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은?
  ☞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결과 공고를 확인하고,  합격이라는 결과에 울음이 터진 와이프를 안아주었을 때 기뻤다.
      나 그렇게 무능하진 않다... 노력하면 해내는 사람이다 하는....  자존감이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.

*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?
   역시 시험을 치르던 시간이 가장 부담되고 힘들었다.  내 나름대로 적잖이 대비를 한 상태로 시험장에 왔다고 여겼다. 그러나 시험은 기대보다 너무나 어려웠다.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한 문제씩 풀어나갔다.
덜덜 떨다가... 눈에 힘을 주며 다짐했다.
적어도 아는 문제에서 어설픈 실수가 없도록 하자, 내가 긴 시간 준비해온 것을 잘 써먹으려면 지금 이 순간의 침착함이 가장 중요하다... 라고.
침착하려고 계속 노력했지만, 까다로운 문제를 만나는 그 때 마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커져만 갔다.
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속에서 해를 넘겨 다시 이 시험장에 찾아오는 슬픈 상상이 이제는 당연한 일로 여겨지게 될 즈음, 마지막 남은 한 문제를 풀었다.
남은 시간은 거의 없었고, 무엇보다 진이 빠져버려서 그 간 해오던 최종검토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.
답안공개가 끝나고 이제 퇴실하시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.
나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터벅터벅 시험장 밖으로 걸어나왔다.

* 올해 위시리스트 중 갖지 못한 것은?
   캐스퍼 EV. 내년에 최후의 보조금이라는 데 보조금 열릴 때 미친듯한 속도로 사야한다. 
       퇴직수당을 몰빵하고 적절히 옵션은 낮추고 정부, 지자체 보조금 수혜를 다 받으면 거의 딱 맞는 가격이 된다. (퇴직선물?)

* 올해 나를 칭찬한다면?
   한 가지의 완결(합격)을 위해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, 그에 따라 꾸준한 실천으로 결과를 낸 것. 이번의 합격은 앞으로
      내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며 진지하게 임한다면 또 다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작지 않은 확신을 심어 주었다.
      이런 마음가짐으로 잘 무장하면 삶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.

* 올해의 콘텐츠는?
   ☞ 불합격의 불안을 안고 과감하게 떠났던 괌 여행.
        발표 전 불안한 마음을 잊게 해준 와이프의 최고의 선물이었다.
        기념으로 하루 오픈카를 렌트해서 달렸다. 아내와 아들과 함께 시원한 바람에 상쾌함을 느끼며 웃을 때 행복했다.

* 올해 가장 게을렀던 시간은?
   ☞ 시험을 치른 후 고향에서 부모님, 동생과 시간을 보낼 때였다. 비록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, 아마도 합격할거라 기대하며 집에서 편안하게 전기장판 위를 굴러다녔다. 그러다가 엄마가 밥먹으라면 먹고, 나가서 밥먹자면 먹고... 조만간 다시 찾아가서 게을러지고 싶다 ㅎㅎ

*  올해 이불킥했던 순간은?
    딱히 없는데... 새해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무언가 새로운 일들일 일어나지 싶다.

*  올해 내 선택 중 1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?
    올해의 중요한 선택들은 모두 긍정적이었다. 지금부터 편안함을 잘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.

*  1년 뒤 기대하는 내 모습은?
    주어진 업무에 나름 정통해서, 리듬감 있게 일과 여가시간을 조율할 수 있고 나름 개인 공부도 하여 자격증도 하나 정도는 따는 것. 

* 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?
    '합격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기' (칼 기상 후 어김없이 스터디 까페 방문 등)

*  올해 새로 해본 시도가 있다면?
    그냥 멍때리며 "시간낭비" 해보기.  공원에 그냥 앉아있기 같은.

*  올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?
    나는 생각보다 평생동안 근면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. 내 딴에 완벽주의라고 생각했던 것은, 사실은 경제와 문화의 영향력 앞에 굴복한 것일 뿐이었다. 나는 사실은 나태하고, 조금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.

*  시작만 하고 끝내지 않은 일이 있다면?
    저작권 한 번 가져보고 싶어서 살짝 기웃거렸는데, 결국 아무것도 안함. 이렇게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.

*  지난 1년 중 특정한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?
    글쎄... 지금이 좋다.

*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은?
    점점 범위가 좁아진다. 무엇이 기억에 남는다는 감정이 없다. 괜히 씁쓸하네...

*  봄, 여름, 가을, 겨울 중 가장 특별했던 계절은?
    점점 추워지며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가을.

*  올해 목표 중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?
    합격했는데, 더 건강해지는 것은 실패했다. 25년엔 욕심부리지 않는 기준에서 일을 하려고 한다.

* 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?
    스터디 까페. 한 일주일 정도만 열심히 다녀보면, 여기에서 처절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다. 그리고 그 사람만큼 해야 한다는 심적인 자극도 받을 수 있었다.

*  올해 가장 잘한 소비는?
    가족과 괌 여행을 갔던 것.

*  올해 가장 망한 소비는?
    특별히 망한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.

*  작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?
    조급함을 조금은 내려놓게 된다. 반대로 이렇게만 살아서는 현재 삶을 지탱하는 것만 가능할 뿐이라는 압박감은 여전하다.

*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?
    가족과 함께 했던 괌 여행. 시험 합격발표를 앞두고, 초조한 감정에 휩싸여 이것도 저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가족과 함께 멀리 떠나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게 참 좋았다. 조금은 익숙한 곳이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여행하기도 했고. 아마 시험에 떨어졌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다.

* 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?
    기억에 남는 책은 딱히 없다. 시험에 동기부여 한다고 몇 권을 보긴 했지만, 두고 다시 보고 싶은? 그런 건 못찾은 것 같다.

*  올해 가장 감사한 것은?
    시험을 통해 나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. 방해될까봐 일부러 연락없이... 티내지 않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. 이런 감사한 마음을 조금씩은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.

*  올해 받은 선물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?
    시험 후 혼자 여행할 시간을 가졌던 것. 옛 전우들은 다행히 행복하고 건강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.

*  올해 가장 맛있었던 한 끼는?
    이건 좀 웃긴데... 스터디까페에서 식지 않은 점심을 먹게 해준다고, 와이프가 점심 때 맞춰 따끈한 도시락을 전달해줬었다. 한 번도 맛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. 

*  올해 가장 소중한 배움은?
    내 지난 군생활은 조금은 헛되이 흘러간 시간일 수 있다. 한 때는 어설프고, 의욕만 앞선 노력을 할 때도 있었다.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나쁘게 평가받지는 않았다.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. 그리고 내 노력이 가끔은 무색해지지만, 결국에는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.

*  올해 누군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?
   ☞ Future Self 

*  내년 이루고 싶은 딱 한가지는?
   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나름의 루틴 완성.

*  2024년을 한 문장으로 쓴다면?
    계속되는 인생의 다음 장에 감사.

*  1월1일 새해 첫날에 들을 노래는?
    Bravo My Life

 

한 해를 마무리 하며 약간의 생각정리를 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들었다.
어쩌면 한 자리에서 쓸 수도 있는 내용들인데...
그래도 이렇게 한 번 매듭을 지어보고 간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.

앞으로 블로그는 이제 수익을 노리지 않고 하나의 일기장 개념으로 유지하며, 짧게라도 꾸준하게 글을 써볼 요량이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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